매일 조금씩 루틴으로 잡혀서 정리가 착착 습관으로 잡히신 가정

vs

주말에 몰아서 시간을 잡아서 온 집안을 청소하시는 가정

 

어느 쪽에든 속하시겠지요...?

안타깝게도 저는 전자에 속하고 싶은 1인이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편인듯해요.

자아실현을 꿈꾸며 육아도 내려놓지 못하는.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한 마리 토끼에 집중하자 생각하곤 하며

청소는 뒷전인 셈이죠.

 

청소는 말이죠?

일단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정리가 전부입니다.

 

 

육아를 하며 정리를 어느 정도 내려놓기도 했고,

24시간 엄마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정리까지 잔소리로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저의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나 홀로 정리를 하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8살 첫째 아이의 주도로 어느날 온 집안의 정리와 청소가 이루어집니다.

시어머니 혹은 친정부모님 오실 때에도 이렇게까진 못했던 것 같아요.

온 집안 식구가 나섰던 이유는 바로

아이 친구의 주말 방문 약속!

 

토요일 오전에 집에 오기로 한 아이의 친구 덕분에

금요일 저녁부터 각자가 한 구역씩 맡아서 정리를 시작했어요.

엄마 - 주방/안방/ 거실 책상 위아래

딸 1 - 작은방 1/거실 놀잇감

아들 - 작은방 2

아빠 - 그 외 잡일/추가로 어지럽히지 않기

딸 2 - "너무 깨끗해서 장난감을 자꾸 꺼내고 싶어짐"

 

이렇게 정리를 해가면서, 물걸레로봇청소기도 쉬지 않고 계속 돌려주었어요.

물론 동생들도 첫째의 성화에 못 이겨 계속해서 돌돌이를 돌려야 했고요.

 

 

 

 

그렇게 다음날 큰 행사라도 있는 아이는 9시 전후로 평소보다 더 일찍 잠든듯하고요.

토요일은 6시쯤 일어났으려나요?

일어나자마자 집안을 휙 둘러보더니, 짧은 비명을 지르고는 투덜투덜 대더라고요.

낮잠을 잤던 동생이 본인보다 늦게 자는 사이에 놀잇감을 꺼내서 놀고는 정리를 안 했다면서 심각한 얼굴로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7시, 남편은 8시에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어요.

아침을 먹으며 최대한 차분하게 보내보려 했지만, 9시 즈음 아이의 전화기에는 오늘 일정이 생겨서 못 만날 거 같다며 내일 오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취소된 게 아니라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아이는 안심하며 오늘 하루를 이어가더군요.

그렇게 토요일은 시장도 다녀오고, 먹고, 산책도 다녀오고, 먹고, 쉬며 다시 찾아오는 저녁은.

전날의 데자뷔를 보는듯해요.

 

한번 했던 거라 속도도 아주 빨라졌더군요.

촥촤라촥촥 촥촥!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보다 더 깔끔해진 모습에 누가 시켜 서하면 이렇게는 못할 듯싶었어요.

 

일요일 아침 아이는 7시 기상.

아침 먹고 놀이터 나갈 준비를 마치며, 8시 아빠의 기상을 기다립니다.

이 시간에 기상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어난 남편은 말을 아끼겠습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니 일단 아침을 잘 차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선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여보, 테이블에 내 노트북 좀 서랍으로 넣어줘요!

 나와있으면 끔찍이 싫어하더라고요!!"

 

그래요. 여보도 스트레스가 심했군요.ㅋㅋㅋ

그렇게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친구와 함께 들어온 아이는 집안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었어요.

물론 친구의 집에는 없었던 2층 침대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고요.

정해진 시간에 돌아가야 하기로 온 것이라, 저와 남편은 있는 듯 없는 듯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주방 에는 간식을 펼쳐놓았어요.

덕분에 둘째와 막내는 잔치가 펼쳐진듯했지만, 첫째와 친구는 수다 떨기 바쁘더라고요.

얘네들은 찜질방 타입이었어요:)

 

그렇게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고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어요.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맞이한 일요일 오후.

늦게 일어난 막내를 제외하고 우리 가족은 모두 간만의 낮잠에 푹 빠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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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데이는 코로나 상황, 운동장 크기 대 전체 학급수 과다 등의 이유로 학년별로 실시되었다.

말 그대로 1학기 행사의 꽃 체육대회인 것이다.

추억을 되짚어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운동장과 강당 등에서 실시되는 것은 동일하나, 학부모가 참여하는 종목을 없다는 것이 달랐다.

 

 

<1학년 스포츠데이>

 

* 준비물

- 바지입기

- 운동화 신기

- 줄넘기(자신의 키에 맞추기)

- 모자(선택사항/필요한 사람은 귀 덮지 않는 모자 준비)

- 여분의 마스크

- 물이 꽉 찬 물통

 

* 종목 - 달리기, 줄넘기, 게임(카드 뒤집기)

 

 

* 달리기

하교 후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가 한 말은?

"엄마 나 달리기 3등 했어!!!"

"어머나 세상에~"

 

줄곧 학교 다닐 때 달리기라면 뒤에서 3등 정도가 내 평균이었는데, 이 아이는 나랑 뭔가 다르구나.

태권도를 그리 열심히 다니더니 운동을 좋아하나? 운동에 제법 관심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약 30초 정도 나만의 상상을 펼치고 이어지는 한마디...

 

학급 반 인원은 전체 25명.

그중에 5명씩 조를 짜서 달리기를 한 것이다.

수박팀, 체리팀, 복숭아팀 등등

"엄마, 내가 복숭아팀이잖아?"

"등수는 4등까지만 있더라고!"

"오와!!!!! 5명 중에 세 번째로 들어왔으면 엄청 잘한 거네!!!!"

 

 

* 꼴찌에게 박수를

그럼 한 조에 5명이고, 달리기를 했을 때 4등까지 있었으면 5등(꼴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엄마, 꼴찌가 박수를 받는 거야~~~"

"아~ 1등이 아니고 꼴찌가 박수를 받는 거구나!"

"꼴찌를 해도 그럼 괜찮았겠네?!"

"그럼^^"

1등은 1등대로, 꼴찌는 꼴찌대로 즐거운 운동회였길

 

 

* 운동화

스포츠데이인데, 다른 날인 다 아니어도 이날만은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작년부터 제법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가격대의 운동화를 구입해보았지만, 아이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택도 떼지 않은 운동화가 있고, 착용해보자마자 반품 보내버린 것도 있었고, 한두번 신고 신발장에서 나오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날에 어떤 운동화를 신을지 또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한숨이 나오려던 찰나에 마지막 시도를 마음먹었다.

믿을 건 쿠팡뿐이다.

디데이 이틀 전, 쿠팡을 열어 아이의 취향을 반영한 컬러와 편안함을 반영할 발볼 후기부터 꼼꼼히 살펴서 가장 저렴한 것을 구입했다.

퇴짜 당할 것을 예상하며, 퇴짜 당해도 화가 나지 않을 법한 가격대를 스스로 고른 것이다.

다음날 배송된 운동화는 놀랍게도 아이가 마음에 쏙 들어했다.

5만원짜리도, 10만원짜리의 운동화도, 각종 유명 브랜드도 아이는 소용없었던 것이다.

(물론 몇십만원대의 명품운동화는 사보지 않아서 알수없다.)

쿠팡에서 2만원대의 운동화를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다음부터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료 교환/반품되는 쿠팡을 이용해야겠다.

스포츠데이가 아니어도 꾸준히 신어주는 운동화가 이리도 감격스럽다.

 

 

 

 

자동으로 나오는 감사는 없다.

수많은 반려 후에 이루어지는 컨펌에 절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고민의 시간도 없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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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로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도 계시고, 실내에 가드닝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요즘인데요.

훌쩍 다가온 여름 날씨로 인해 푸르름을 주변에서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시기가 온 듯해요.

 

 

* 테라리움 : 밀폐된 유리그릇, 또는 아가리가 작은 유리병 안에서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일

(출처:두산백과 두피디아)

 

연령별로 다른 수업이 진행되는 미술학원에 유치부와 초등부 작업이 다르고, 같은 주제라도 이렇게 다르게 진행될 수 있구나 싶어 흥미로웠어요.

 

 

 

 

6세인 둘째 아이는 유치부에서 점토를 이용해서 만들기 수업으로 진행되었어요.

작은 화분에 신문지를 채워 넣고, 그 위에 예쁜 돌을 깔아준 뒤 올라갈 식물들을 다양한 그린 컬러로 만들어주었네요.

 

 

 

 

소근육이 많이 필요로 만들기인데, 평소 하고 싶어 했던 활동이라 그런지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어요.

윤기 나게 칠해주기도 하고요.

신문지에 돌과 점토 작품이 잘 붙을 수 있게 풀을 칠해주기도 했고요.

 

 

 

 

8세인 첫째 아이는 초등부에서 그리기 수업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태블릿으로 다양한 테라리움 이미지를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는데요.

보고 그리기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똑같이 표현되지는 않고, 자신만의 개성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저학년 시기에는 참고자료를 많이 활용해요.

똑같이 그리는 게 좋았다면 사진으로 찍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니까요.

그림만의 매력을 아이가 알아가는 중인듯해서 매번 흥미로워요.

 

 

 

 

이렇게 해서 저희 가정에 도착한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의 테라리움 작품.

금손이신 분들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실 듯 하지요?

시즌에 맞는 미술활동 작품들이 집안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면 별다른 인테리어 없어도 충분히 멋질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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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제법 긴연휴로 이어져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한주가 지나갔어요.
기관을 다니고 있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받아보기 시작하셨을 아이들의 카네이션 작품, 어떠셨을까요?
저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잠시 다녔을무렵 가져온 카네이션 등의 작품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던것 같아요.
물론 반응만큼은 아주 큰 감동은 느낄만큼 표현했지만, 대부분 선생님의 능력이 아주 크게 작용하는것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번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의 첫 작품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손으로 온전히 했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완벽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초등1학년 교실에서는 만들기 성향과 소근육발달이 아직 아이들의 편차가 크기에 선생님께서는 카네이션 프린트된 도안을 준비해주시고, 컬러링 색칠과 각자 편지쓰기 작업으로 완성되고 작은 미니화분에 초록점토를 채워 카네이션꽃을 꽂아왔어요.
이러한 행사와 작품만들기는 보통 같은 학년이라도 담임선생님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이도는 약간씩 올라가요.
초등3학년이 되면 색종이로 직접 카네이션 접기를 해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가량이라고 하는데 생각만해도 너무 귀엽네요.
그 수준까지 올라가려고 열심히 종이접기 융합활동을 하고 있는듯 하는 1학년의 생활을 접하고 있습니다.



8세와 6세가 함께 아주 즐겁게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에서의 작품을 기록해봅니다.
5월 첫째주는 카네이션 만들기에 하트편지지에 정성도 한스푼 끼적여보고요.
주름종이로 꽃잎으로 보이게 오리고 모아서 붙이고를 반복하며, 집중해서 하느라 일주일에 1-2번의 시간을 무척 소중하게 여겨주어요.
하트편지지에는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엄마, 아빠, 가족들 이름 잊지않고 적어주어서 보는내내 고마웠어요.

제가 초등 고학년때 이런 행사의 이유로 부모님께 편지를 써가면 엄마께서 읽어보시고, 잘 간직하셨거든요.
아직도 가지고 계실거에요.
근데 저는 그때, 뭐 그런 멋지지도 않은 작품을 간직까지 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굳이 하나하나 다 버리지 않고 모으며 사는 엄마가 이해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 아이가 직접 손으로 끼적여온 작품을 보니 저조차 절대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제야 그 마음이 어떤건지도 알듯하고, 초등 6년 내내 이제 햇수도 손에 꼽을만큼 남았다 생각하니 귀하게 여겨지고요.



정작 저는 어버이날 전날까지 생화며, 식사며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제법 많이 성장해서 나중에 진짜 꽃을 사오고, 용돈으로 무언가를 선물받을날도 있겠지만요.
지금이 아이들이 하고 있는 가장 큰 효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진짜 마음이고, 정말 그렇게 느껴지거든요.
어느정도 성인의 경지에 오르신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아이들이 평생 부모에게 할 효도는 만 8세 이전에 99% 이루어진다."

귀하고 소중한 마음이기에 나중에 아이들과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이 때를 잊지 않기 위해 잊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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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하며 챙겨야 하는 기본 준비물(가방, 필통, 10칸 공책 등) 이외에 3월 적응기간을 마치고, 알림장에 가장 많이 챙겨가는 수업 준비물에는 <색종이>가 있다.

행여 준비를 못하였더라도 학교에서 제공가능한 부분이지만, 아이들의 높은 수업 참여도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원하는 색의 종이를 챙겨가는 것이 큰 이유이다.

<봄>이라는 교과서를 통해 계절에 시즌상품들은 거의 다 접는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학년과 학급에 따라 난이도가 다를뿐이다.

 

 

입학 시 학생이 챙겨야 하는 기본 구비 물품 중에 학교에서 특별히 언급한 물품은 두 가지다.

- 필통 : 소리 나지 않고, 천으로 된 것.

- 사인펜 : 향기 나지 않고 12색으로 제한된 평범한 것.

모두 아이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고, 혹여 개인물품을 떨어뜨리더라도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용도의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학교에서 개인이 사용하는 물품을 통해 비교를 취소화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공교육의 현실을 접하고 있었다.

과목마다 이어지는 주제별 연계활동으로 종이접기는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진행이 되었고, 종이 접기라는 작업이 소근육이 많이 이용되고 집중이 꽤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피소드도 접할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지우개로 똥 만들기, 교과서 과목 글자 바꾸기, 옆 짝꿍과 근황 주고받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40분 수업을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30대가 되니 그저 너무 귀여운 1학년이라고 생각된다.

7세 이하까지는 자유롭게 엉덩이 붙이지 않고 놀이로 무엇이든 배우다가 40분간 의자에 앉아있는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누구나 한 번쯤 겪은 초등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아이들이라 그저 귀엽고 아무리 초등학생이지만 어린이임이 느껴진다.

코로나 시국에 답답한 마스크 착용도 벗고 싶은 아이, 소근육 발달이 아직 진행 중이라 종이를 꾹꾹 누르는 게 어려운 아이, 수업 시작 20분이 지나면 그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아이 중에 반짝이 색종이를 챙겨 온 아이가 있었다.

그날은 하교 후 아이의 책가방 안에 반짝반짝한 색종이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어떤 아이에게 받았다고 하며 넘어갔었고, 또 다른 날 한번 더 받아오면서 듣게 된 이야기였다.

반짝이 색종이를 챙겨 온 어떤 남자아이는 반 전체 아이들에게 한 장씩 나눠준 경험이 있고, 또 반복되면서 선생님의 제지를 받았던 모양이다.

사실 이 무렵은 코로나가 정점을 찍으며 거리두기 해제 이전의 날들이어서 사소한 연필을 빌려주고받는 것조차 금지하셨던 시기였다.

반짝이 색종이 덕분에 지나가면서 그 아이를 얼굴과 이름을 한번 더 익히게 되었고, 반 전체 아이들은 그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확실히 익혔을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 = 잘보이고 싶은 마음 = 나눠주고 싶은 마음

아이들의 어떠한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지 알 것 같기에 오늘도 친절한 아줌마가 되고 싶다.

 

 

 

#색종이flex

#내마음하나색종이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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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난 주말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내 마음도 활짝 열려있었다.

나뿐이 아니었던지 남편은 금요일 연차를 쓰겠다며 목요일 회사에서 통보해왔다.

오호라, 월말이라 아이 학원 스케줄도 없었던 날이라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빠르게 눈여겨보았던 리조트를 검색 후 예약까지 마쳤다.

금요일 하교 후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강릉으로 출발하였고 미친듯이 밟아서 3시간 만에 경포해변 앞 숙소에 짐을 풀었다.

 

후우.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강릉의 순두부로 허기를 달래고,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우리는 기어이 밤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만 하루를 이렇게 보내긴 너무 아쉬웠고, 헬리콥터맘으로 살아온 지난 일상에 답답함도 풀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남기는 카테고리는 <8년째 초보엄마>.

그러니까 8세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질 차례다.

산책로를 지나 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어두운 밤바다를 맞이한 순간, 나는 아이의 신발을 주웠고, 남편은 안전요원 태세로 돌입했다.

그렇게 각자의 방법대로 밤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랬다.

그랬었다.

그때까진 또 좋았다.

 

 

 

 

아이는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임을 알면서도, 해변을 벗어나서 산책로 데크로 걸음을 옮기자 발 바닥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저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빠르게 숙소로 돌아가서 씻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숙소 입구 해변 이용객을 위한 발 씻는 용도의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대충이라도 헹구었고, 우리는 숙소까지 고통의 소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암묵의 안도를 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았다.

아이는 젖은 모래가 발바닥과 딱 붙어 있었는지 물로 헹궈냈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짜증난다.짜증난다.짜증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대론 어렵겠다 싶어 본질을 찾기 위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짜증 난다는 표현을 많이 하곤 해.

 그러나 더 불편하면 왕짜증. 더더더 불편하면 '개'를 붙여서 개짜증이라고도 하더라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을 말이라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게밖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해."

"혹시 지금 걷는 게 무척 불편해 보이는데 발이 아파서 그런 거니?"

"응. 걸을 때 너무 아파요"

"발이라면 발바닥일까? 발가락일까?"

"전부요"

"아까 물로 발을 헹궜는데도 여전히 아픈 거니?"

"응"

"그랬구나, 전혀 몰랐어, 엄마랑 아빠는 물로 씻어냈으니 괜찮은 줄 알고 신발 신고 오라고 했던 거야.

 그럴 땐 다음부터는 짜증 난다는 표현 대신에 물로 씻었는데도 발에 모래가 많아서 아프고 걷기가 어렵다고 말해주면 돼."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해. 그래야 도움을 줄 수 있어."

(라고 마지막 말을 뱉은 후, 나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자리부터 아이를 업고 객실로 돌아옴.)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아이의 마음도 좀 누그러진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그냥30kg업고다닌이야기

#멀리서보면시트콤

#체력이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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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번씩 찾아오는 봄맞이 루틴!

작년에는 이 루틴이 텃밭에서 이루어졌었고, 내년에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루어질 예정이다.

올해 역시 집안 한쪽에 작은 공간을 한자리 차지한 녀석들이다.

3월에 시작은 하지만 4월 식목일을 기점으로 이들의 활동은 절정을 이루다가 5월 더위와 함께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1호 해바라기

2호 토마토

3호 봉선화

.

.

.

인구밀도 높은 우리 가정에 더이상의 식물은 돌볼 수 없다는 게 나만의 신념이다.

케어해줄 생각 전혀 없는 엄마를 만난 덕에 아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는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엄마, 우리도 반려동물이나 물고기 키울수 있을까요? 키우고 싶어요!"

"응~! 되지^^ 너희 스무살 되면 꼭 그렇게 해보자:)"

(엄만 지금의 유동인구로도 충분하단다...)

 

그런데 식물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나도 사실 식물은 잘 키워보고 싶다.

하지만 손재주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엄마를 만난 덕분에, 운동화 끈 묶기부터 집안의 작은 바느질거리는 모두 아빠 몫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편의 역할 비중이 아주 커 보이지만, 대부분 크고 많은 일들을 내가 처리하기에 남편도 나의 빈틈을 메꾸어주는 편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어린이집부터 유치원에서 봄맞이 시즌 행사로 무언가 활동 후 결과물을 가져온다.

너무나도 밝은 얼굴로 심어져 온 화분은 모두 나의 몫이 되어버리고, 자라는데 궁금한 점과 혹여 생을 마감한 경우 등 모든 경우의 수 역시 나의 책임이 되어버렸다.

 

올해 역시 선물 받은 에코팟 화분에 세 가지 식물이 심어졌고, 놀랍게도 며칠 만에 싹이 트였다.

그중에서도 이름값을 하는 해바라기는 경쟁하듯 먼저 쭉쭉 치고 천장으로 치솟음을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줄기가 약간 길어지자 그새 휘어짐을 보이며, 아이들 마음도 갈대같이 휘어지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 맞이 아빠에게 분갈이 숙제를 내어드리고, 집을 잠시 비운 사이 빈 화분에 잘 고정시켜 주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시들어버린 듯하다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우선 한시름 놓았다.

 

 

 

 

4호 새싹.

 

4월이 되니 아이의 학교에서는 주 2-3회 색종이 준비물로 예쁜 튤립부터 다양한 것을 접기 시작했다.

그중에 이번 작품은 우리 집에 새싹들이 있는지 어찌 아시고, 화분과 새싹 접기를 하여 데려왔다.

(아이가 지은 별명 : 새싹 4호)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종이 접기에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학급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색종이가 준비되면 선생님이 스크린을 통해 종이접기 영상을 틀어주신다.

물론 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주시고, 그래도 잘 되지 않은 아이는 하고 있던 색종이를 모두 가지고 선생님 앞으로 가지고 나간다.

"그래서 앞으로 나갔을까?"라는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주었고, 이번에는 친한 친구도 함께 나갔었다고 밝게 말해주는 아이를 보니 1학년 학급의 풍경이 그려져서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았다.

(감사하신 선생님, 친절하시고 고된 업무가 상상되어 매일 밤 자꾸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 화분과 새싹 접기가 어려웠던 1학년 어린양들은 선생님 앞으로 줄이 10명 넘게 이어졌다고 전해 들었다.

#이정도면종이접기과외수준

초등 1학년 아이는 어느 과목에 관심이 많을까요?
학부모 상담기간에 선생님께서는 주요 과목은 국어와 수학에 대한 아이의 현상황을 안내해주셨는데요.
아이의 답변은 바로 <봄>이었어요.
계절에 맞게 봄이라는 교과서로 계절과 우리 주변의 필요한 정보들을 흡수중인 귀여운 1학년이랍니다.

산책하기 딱 좋은 계절인 요즘은 동네만 나서도 푸르름이 가득하고요.
공원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꽃 이름을 직접 볼 수 있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해서 아주 좋아요:)

“엄마, 철쭉은 봄에 많이 피는 꽃이래!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래서 학교가 좋아”





꽃이 있는 곳엔 벌이 있는 법!
그리고 그만큼 많이 보이는 나비:-)




종이 위에 먼저 나비를 무늬까지 자세히 그려봅니다.
완성된 밑그림 위에 잘 비치는 두툼한 비닐 소재를 올려서 네임펜으로 따라 그려주었고요.




둥근 매직펜으로 컬리링 작업을 해주었네요.
미술학원의 귀여운 수호신 토끼인형도 보이고요.




잘 오려내주어서 예쁜 나비가 완성되었어요!
당분간 아이들의 작품으로 미술학원의 봄 계절을 장식해줄 모양이에요.
모든 예술활동이 삶에서 필요한 이유!
영감을 주고 생각하게 하며 즐거움을 줍니다.

89년생 세 아이의 엄마.
이제 막 첫째 아이가 초등에 입학한 신입 초보 엄마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배우자의 육아관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와중에 의견이 일치했던 점이 있다.
학습지, 학원 등 사교육을 지양한다는 점이다.
이런 우리 부부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하며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2022년 4월 기준 8살 첫째아이가 현재 등록되어 있는 학원은 3곳이다.
물론 아직까지 학습교과목과 관련된 부분은 없고, 예체능이지만 부모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1) 태권도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줄 우리는 몰랐고, 그렇게 마르던 아이에게 급격한 체중 증가가 찾아올 줄은 더욱 몰랐다.
지금은 우습게 되버린 수치들이지만 일일 확진자 300명을 넘어가자 나는 아이들과 일주일 가까이 집콕 생활을 견디며 버텨왔다.
그렇게 모든 기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단한 채 일 년 넘은 생활 가운데, 아이의 먹성은 꾸준했다.
아침, 점심, 저녁, 사이에 두번의 간식까지.
쉴 틈 없이 식탁에 차려내고, 인간 식세기 역할을 감수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불안감이 엄습했다.
첫째 아이의 엄마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두렵고, 나는 게다가 실행력이 아주 빠른 편이다.
코로나로 격리되는 것보다 체중 증가로 혹시나 모를 성조숙증이 찾아올까 두려워 다음날 바로 3차 병원에 가서 영유아 검진 겸 뼈 사진을 찍으며 상담을 나누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성장이 빠르게 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의 나이보다 뼈 나이가 낮게 나와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소아비만도 그냥 지나칠 부분은 아니었기에 하루 한 시간 이상의 (땀날 정도의) 신체활동을 권장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코로나고 뭐고 마스크 쓰고 무조건 산책을 감행했다.
대부분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은 놀이터로 달려가지만, 이 시기에는 놀이터도 자제하라는 방송이 나오던 시절이라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작년 이사 후 동네에 있는 태권도 학원이 새로 개원하면서 아이에게 어떤지 슬쩍 체험수업을 권유하며 3일을 보냈다.
다행인지 아이는 3일 내내 수련을 마치고 나눠주신 사탕에 넘어가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7개월째 매달 승급심사를 무사히 마치며 현재는 파란 띠를 당당히 매고 자랑스러운 태권소녀가 되어있다.

2) 미술
미술은 더했다.
미술학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한 번씩은 거쳐가는 곳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병이 6세 때 찾아오며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게 더 좋지 않냐며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각종 도구 용품들을 사주었지만, 집이라는 장소는 아니었나 보다.
(하긴, 나도 글쓰기 할 때 집 말고 카페 가서 쓰고 싶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수도...)
2년 전 시작된 미술학원 타령은 코로나 핑계도 대 보았고, 집 근처 가까운 곳이 없다는 아이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렇게 6세부터 나온 미술학원은 7세 12월이 되어서야 집 근처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생겨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주 1회와 주 2회 중에 원하는 주 2회를 등록해주었지만, 그마저도 주 5일 갈 수 없어서 아쉬운 눈치였다.
초등시절의 목표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가며 알아가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이 아닌 이외의 장소)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던 것처럼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주 2회 미술활동하러 가는 날의 발걸음이 다르다.
지금의 마음을 기억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

3) 피아노
기관을 다니지 않는 6살 둘째의 유일한 고정 일정이라고 하면 음악학원이다.
아무런 관심이 없던 8살 첫째 아이는 둘째가 한 달 넘게 즐겁게 배우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듯했다.
둘째 아이가 1월부터 등록해서 배움을 시작하였고, 첫째 아이가 이야기를 꺼낸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아이들은 궁금하니 당연히 해보고 싶고, 질문할 수 있으니 여러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다시 기회를 주었다.
악기라는 부분은 다른 운동과 미술활동과는 별도로 한두 달만 다녀서 배움을 마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하나의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 최소 1년 이상은 기간을 두어야 어느 정도 접해보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었고, 답변이 돌아왔다.
2주일 뒤, 아이는 시작하면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며 가기로 한 날에는 시간을 단축할지언정 감을 익히기 위해 꾸준히 출석할 것임을 본인이 다짐했다.
아이와 이야기가 된 후 학원 원장님과 상담이 이뤄졌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2주 전 미리 적응하기 위해 첫째 아이의 등록을 마쳤다.
첫 달은 등록했던 마음이 흔들릴 만큼 피드백이 부모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기에 아이의 눈물을 쏙 빼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대개의 날을 보내고 믿음으로 지켜보며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읽히고, 잘 재우고 시간이 흐르자 평화가 찾아왔다.



긴 시간을 나름 짧지만 길게 풀어낸 만큼, 우리 가정의 일정은 첫째 아이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아이의 음악학원에서 살짝 이야기가 나온 만큼 6살 둘째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며 누나의 일상을 아주 가까이 관찰하는 사람 중 하나다.
둘째 아이의 학원 등록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나이 6살이라고 하면 요즘은 다들 빠르다고 해서 글자를 아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지만, 그게 우리 집은 아니었다.
누나처럼 책을 읽어달라고 먼저 꺼내오는 법은 거의 없고, 누나가 꺼내올 때 옆자리에 와서 앉아 귀동냥하는 스타일.
누나가 ebs 볼 때 옆에 와서 같이 <한글이 야호> 보는 스타일.
동생이 영어 영상 볼 때 옆에 와서 같이 보는 스타일.
그렇게 우리 집 둘째는 본인이 뭔가 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는 드문 아이다.
그런 아이가 누나의 학원 픽업을 오가면서 지나다니다 음악학원에 반했던 모양이다.
콕 집어 이 음악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하고, 충동적인 언행이라고 생각한 그날을 넘기고 몇 번 아이의 입에서 더 언급을 하게 되었을 때 상담 신청을 하게 되었다.
집 근처 음악(피아노) 학원은 총 3곳.
그중에 한글을 아직 모르는 6세 어린이를 흔쾌히 지도할 수 있다며 받아주신 곳은 아이가 말한 그곳이었다.
보통 일반 학원처럼 50분 수업이지만, 첫 주는 아이의 집중력을 적응하는 차원에서 30-40분 수업을 진행하고 마쳤다.
이 부분 역시 원장님과 상담 후 적극 동의한 부분이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다행히도 잘 적응하며 다닌 지 4달 후, 아이의 마음이 또 입을 열었다.
"엄마, 저 미술학원 다니고 싶어요!"
"응?"

아이의 흥미가 그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전문가의 배움을 바라지 않았기에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첫째 아이의 학원이 이렇게나 지속될 줄 몰랐고, 그렇게 가계의 학원비라는 고정비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와중에 남편은 첫째 아이의 학원을 하나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조용히 묻던 날, 아이는 완강히 거부하며 눈물을 보였다.
상황은 이러하였고,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주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연히 아이의 마음에 박수를 쳐주며, 그날 바로 상담을 다녀와서 하루빨리 등록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남편의 아무런 동의 없이 동록 해버리면 더 중요한 부부간의 갈등이 생길 것을 염려하며 아이들에게 어려운 지시를 주었다.
아빠에게 말로 설명하면 마음이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 글로 써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자는 주문이었다.
당연히 아직 글자 쓰기가 어려운 둘째 아이는 누나의 도움을 받아서 최선을 다해 따라 써주었다.
물론 하고 싶은 말과 그에 따른 이유는 모두 둘째 아이가 말한 대로 첫째가 따라 쓸 수 있게 받아 적어주었다.


그 사이 남편은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생각할 시간이 이틀이나 자연스레 주어졌고,
어느정도 눈감아주는듯한 남편의 눈치에 다음 주에 상담하러 갑니다:D

봄 산책하고 계신가요:)

항상 시즌에 맞춰 커리큘럼 고민해주셔서 계절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마련해주신 열차 그림을 보고 아이가 도화지에 그리는 작업부터 시작되었어요.

벚꽃나무에서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속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표현할 계획이에요.

 

 

 

 

전체적인 주제와 틀을 잡아주시고, 그 안에서 자세한 부분은 아이들마다 개성을 살려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평소 무지개를 사랑하는 아이는 무지개색으로 열차를 컬러링 했고요.

기찻길은 연한 민트색으로 표현해주었다며 활동 이후에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자아내는 아이라 감사하고 있어요.

 

아이가 벚꽃나무와 맑은 하늘까지 완성한 후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면봉으로 표현해주었어요.

배경은 물감으로, 열차를 색연필로 표현하면서 색연필(기름)과 물감(물)이 겹쳐도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더라고요.

 

예쁜 색감들을 팔레트에 미리 준비해놓고, 면봉으로 콕콕 찍어가며 표현했던 점이 흥미로웠던 모양이에요:)

 

 

 

 

짜잔~!

예쁜 꽃과 나비로 장식된 포토존에서 마무리된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마무리로 열차의 바퀴 부분을 더 강조하기 위해 굵게 색칠 표현해보는 게 어떤지 조언을 받아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에요.

매번 부담스럽지 않게 조언 및 도움을 주시고, 아이도 어느 정도 성장하니 전문가분들의 도움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된 거 같아서 기쁘네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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