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최근 며칠 동안 삐에로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을 중단하고 잠이 들었어야 했는데, 다시 휴대폰을 들어 유튜브뮤직 앱을 켜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노래를 검색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라 오리지널 버전의 흥겨운 김완선 님의 곡으로는 듣지 못하고, 아이유 버전을 아주 작은 소리로 들었다.
* 가사 빨간 모자를 눌러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 초라한 날 보며 웃어도 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두들 검은 넥타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웃지만 나는 그런 모습 싫어 술 마시며 사랑 찾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초라한 날 보며 웃어도 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두들 검은 넥타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웃지만 나는 그런 모습 싫어 술 마시며 사랑 찾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귀로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눈으로는 가사를 꼼꼼히 곱씹고 보니, 내가 떠올린 삐에로라는 의미에 딱 맞는 곡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10명 있으면 2명은 나를 좋아하고, 1명은 나를 싫어하며, 나머지 7명은 내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온라인 속에서 타인을 어떠한 마음인지도 모른 채 똑같은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잣대로 응원이 아닌 주관적 의견의 댓글을 마주한 것은 무척이나 심장 떨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몇 되지 않은 댓글 속에서 대체 연예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실로 놀라웠다.
물론 2:1:7의 원리로 댓글보다 많은 라이킷에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하며 감사할 따름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글의 유입이 기타가 아닌 SNS(카카오톡, 카카오뷰) 일 때는 살짝 무섭다. 포털사이트에서 유입되는 독자는 다양한 연령대인 반면에 SNS로 유입되는 독자는 나보다 젊은 독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배달 어플 리뷰도 잘 남기지 않는 사람인지라 시간을 내서 피드백해 주시는 분들을 마주하고 감사하고 놀라웠다.
20년 전의 나는 10명 중 한 사람의 영향으로 침묵하며 오직 음악으로만 위로를 받고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더욱 삐에로 혹은 청개구리 혹은 돌아이가 되어 취약성과 수치심을 드러내는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마도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들에게는 더욱 좋은 소재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럴수록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올봄 그곳에 들어가 보니 블로그와 다르게 누구든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고, 작가 신청을 받아 브런치 작가들만 발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5월에는 이은경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 3만원짜리도 듣게 되었고, 브런치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이메일에는 시무룩 금지라고 표현해주셨지만, 그래도 마음이 그렇지는 않았지… 이후 브런치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아마 부러워서였겠지) 다른 곳에 그냥 계속 뭔가를 쓰면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얼마 전 또 올라온 이은경 선생님의 온라인 강의 공지였다. 이번엔 확실히 브런치를 공략하셨고, 작가에 합격할 때까지 피드백을 계속 주신다고 하셨다. 합격하면 5만원 환급이었고, 강의료는 15만원. 너무 비쌌다. 나에게는. 그래서 합격이 보장된다는 강의를 포기했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흘렀을까, 다시 브런치에 들어가서 서랍 속에 글들을 다시 꺼내어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작가 소개를 하며 나에 대한 페르소나를 스스로 재정의하며 생각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또한 그 페르소나로 앞으로 내가 쓸 수 있는 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떠올려 나만이 가능한 주제를 선정해 목차를 만들어갔다. 또한 그동안 부러워서 읽지 않았던 브런치에 있는 다른 분들의 글도 많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작가 신청을 했고, 딱 하루 만에 답변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15만원을 번 기분이라 무척 좋았다. 온전한 기쁨을 아이와 공유하며, 뒷생각 안 하는 진짜 기쁨이 이런 것인지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나보다 더 난리 쳐주며 기뻐해 주는 아이 덕분에 케이크까지 먹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말이다.
작가 신청을 내고 나서는 왠지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브런치에 있는 글들을 보면 볼수록. 다 이혼한 사람들 투성이고 다 퇴사한 사람들 투성이고 해외살이에 상처 없는 사람 없는듯했다.
글을 보면서는 내 글을 쓸 용기가 더욱 났다. 내 이야기 따위 여기서는 아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첫 글을 발행했고, 계속 발행하며 라이킷을 받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섰다.
나에게 초등맘이라는 부캐를 갖게 해 준 8살 첫째 아이는 어느새 다행히 감사하게도 초등학교에 잘 적응해주어 스스로 등하교 중이에요. 입학했던 3월엔 저도 아이도 잠시나마 떨렸는데 금세 1학기 학부모 상담기간을 지나 방학을 거치고 2학기 상담기간도 찾아왔네요. 1학기와 동일하게 <하이클래스> 어플로 미리 기간과 시간 공지 알림을 주시고, <아이엠스쿨> 학부모용 어플에서 설문을 통해 원하는 시간으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후딱 해치우자는 마음으로 상담기간 첫날 아이가 없는 시간에 통화하기 위해 원하는 타임을 잡으려고 순간 수강신청이 잠시 떠올랐어요.)
상담시간은 총 20분 정도씩 배정되었고요. 신청한 시간에 학교 전화번호로 연락을 주셨어요. 1학기 상담과 비교했을 때 2학기는 상담 신청율이 100%는 아닌듯하였고요.
첫 말문은 폭넓게 평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슬기로운 초등생활> 카페에 올려주신 질문 목록을 참고해서 여쭤보게 되었어요.
집에서는 말이 많은 편인데요.
선생님 보시기에 교실에서 생활하는 중에 아이의 말투나 태도 중에 제가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라고 질문드리자, 선생님의 답변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셨어요. 1학년의 특징인 자기중심적인 부분을 일찍 탈피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씀과 함께 욕심을 부려보자면 아이가 생각을 쓰거나 심화 문제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한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이 말씀을 듣는데 집에서와 정말 동일한 부분이라 선생님께서 정말 잘 관찰해주시고 계시는구나 하며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저의 태도와 말 등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고요. 저도 동일한 생각이었지만, 시키는 것을 잘하는 아이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창의성이 요구되는 모든 활동에는 그것을 깨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이 부분에서 제 모습이 그대로 거울처럼 투영되고 있는 듯해서 섬칫 놀랐어요. 저부터 깨는 게 어렵거든요.)
* 추가로 말씀드린 부분
1. (몸과 마음 전반적인) 아이 건강의 변동사항 입학 당시 아이는 고도원시와 약시로 안경 착용은 물론 가림막 치료도 진행하고 있었던 부분을 입학 당시 말씀드렸고, 담임선생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1학기 내내 교실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후 방학 동안 있었던 정기검진에서 가림막 치료가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어 다행히도 중단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교정시력 수치와 함께 아이와 개학 후 맨 앞자리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미리 상의 후 선생님께 말씀드리게 되었어요. -> 말씀을 들으시고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는데, 아이가 다양한 자리에서 모둠활동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해 주셨어요. 교실 내 다양한 자리에서 여러 짝꿍과 함께 활동을 하다 보면 교우관계의 폭이 넓어짐은 물론이고, 평소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과의 활동에서 나도 모르는 다양한 모습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2. 감사한 부분(★★★★★) - 제가 상담 때마다 잊지 않기 위해 통화전 미리 메모해두는 편이에요. - 교실 내에서 보드게임(펭귄 얼음깨기) 등 마련해주신 것들로 점심시간도 잘 보내고 있어요! (-> 덕분에 가장 친한 친구 이외에도 다른 아이들과의 교류가 생기는듯하다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교우관계와 방향을 알게 되었어요.)
- 국어시간에 직접 돌잡이 사진을 보여주신 것, 어릴 적 직접 쓰신 일기를 보여주신 것 등 아이는 정말 새로워하면서 신나게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고, 수업계획에 맞는 별도의 수업 준비가 쉽지 않으실 텐데 정말 많이 준비해주시는 덕분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 인사치레가 아닌 평소 아이가 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끄집어내서 사례를 들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도 오히려 덕분에 힘이 난다고 오늘 하루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1학년(저학년일수록) 상담 신청율은 거의 100%에 가깝지만, 신청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1년에 두 번 있는 공식적인 아이의 선생님과의 소중한 상담시간을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그냥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면 그런대로 부모님이 더욱 잘 알고 계시겠지만, 몰랐던 부분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교직생활에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도 있는 좋은 기회더라고요. 그리고 저처럼 잘 잊어버리시는 분들은 감사한 부분을 꼭 말씀드려야 하니 메모해두시면서 통화하면 더욱 좋고요:) 대면 상담이라면 20분이 부족하겠지만, 말씀드릴 내용과 들은 부분 중 기억할 내용을 메모하면서 통화하게 되니 15분 정도 걸린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