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마치며 안 올 것 같았던 3월이 돌아와 초등학생은 개학을 했고, 길고 긴 가정보육을 마치고 7살 어린이는 유치원에 입학했다.
이로써 가정보육은 3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을 기념 삼아 무언가 하면서 이 시간들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기관에 가는 날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다.
나는 항상 시키지 않은 일을 잘도 벌인다.
작성한 기사가 채택이 되든 안되든 무조건 주 5일 송고하기로 나와의 약속을 한 것이다.
드디어 3월 2일이 왔고, 초등학생은 빠르게 등교했다.
나는 원고료라도 받은 사람처럼 업무를 처리하듯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렇게 열심히 쓰는데 엄마가 돈을 별로 못 버는 것에 대해서 딸은 항상 의아해하고 놀라워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다려라.
3월 2일의 담당 편집기자분은 연차를 내신 건지 내내 검토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음날(3월 3일)이 되면 또 다른 기사를 쓰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3월 3일이 되었고,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와 동행하여 1시간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휴대폰에는 문자가 한통 와있었다.
'대체 왜 나한테 전화를 한다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되며 오마이뉴스 내방에 들어가서 송고한 기사를 확인하니 검토완료되어 생나무처리되어 있었다.
아니, 채택을 안 했는데 무슨 일로 연락을 주신다는 걸까 더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아본 결과 라이프플러스팀의 편집기자님은 최근 송고한 기사가 두 번이나 생나무(채택 X) 처리가 되어 상심했을까 봐 연락을 주신 것이라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세상에 이렇게나 친절할 수가.
그리고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물론 글이 괜찮았고 채택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우셨다는 짧은 칭찬과 함께 시작되었다.
기사가 말하는 메시지의 방향이 명확했으면 좋겠고, 너무 개인적인 정보는 배제하되 핵심적인 일화 하나정도만 풀어서 수정하면 어떻겠냐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피드백을 주셨다.
다행히 어느 정도 이해를 했고, 다시 한번 같은 기사를 수정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뒷부분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앞부분 내용을 1시간가량 수정하고 작성해서 다시 송고했다.
주어진 기회니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돈주고도 받기 어려운 피드백을 받았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도 채택이 안되면 '내일 다시 다른 거 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주사위를 던져놓았고 아이 밥을 차려주었다.
두 시간가량 후 기사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sns로 받게 되었다.
감사한 일인데, 이 소식을 나눌 지인은 없다.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사는 걸까.ㅋㅋㅋㅋㅋ
숨 쉬는 것도 벅찰 만큼 일상을 빡빡하게 만들어놓는 스스로에게 분노했다.
지난번에는 내 운동화 신발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번에는 아이 신발을 첨부했다.
이쯤 되면 나라는 인간은 신발에 무슨 원수라도 진 건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다음에는 누구 신발을 찍어둘까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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