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정부모님께서 아이들 보러 오셨다.

오신 김에 쌀 한 포대 생기셨다고 주셔서 감사했다.

 

나는 그동안 엄마가 나눠주신 반찬 잘 먹고 모아둔 밀폐용기들 모두 모아서 다시 돌려드리려고 꺼내놓았다.

또 못 만난 사이에 만나면 드리려고 두었던 비타민D랑 페이스오일도 함께 꺼내며 무엇인지 말씀드렸다.

 

이런 모녀를 보시고는 아빠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신다.

"물물교환 하러 온 거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치킨을 사러 집 앞 시장에 간 바람에 모두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집에 있던 막내는 먼저 용돈을 받았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첫째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신사임당 한 장을 감사히 건네받았다.

 

둘째는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오다가 사연이 있었나 보다.

장 본 것이 많은 아빠는 무거우니 빠른 걸음을 재촉했고, 자전거 탄 아들은 그사이에 다리가 어디 쓸려서 앞서가는 아빠에게 화가 났다.

 

영문을 모르는 할아버지는 왜 인사도 없냐고 어리둥절하셨다.

결국은 계속 재촉하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와서 인사하면 할아버지가 용돈 줄 건데 그래도 안 하나?"

(스스로 우러나오지 않는 인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래도 아이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알아주는 이 하나 없고, 다리는 아픈데 눈앞에는 치킨파티가 열렸으니 꼴 보기 싫었을 것이다.

 

결국 집을 나서기 직전에 이제 가신다며 와보라고 하셔서 결국은 배춧잎 색깔의 용돈을 주셨고, 아이는 마지못해 감사하다며 인사드렸다.

(아마 아들은 용돈을 받으면서도 감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아들과 친정아빠, 두 남자의 공통점이 한눈에 들어왔던 상황이었다.

1. 모두 본인만 생각한다.

2. 말하기 싫으면 안 한다.

3. 더럽다고 뭐라 하며 갑자기 청소하는 것도 소름 돋게 닮았다.

 

그리고

 

두 남자는 닭띠다.

 

한 명으로부터는 거의 독립했고, 이제 한 명만 13년 후 독립시키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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