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요리하시다가 한 숟가락 떠서 간을 좀 봐달라고 하면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맛있어~"

진짜 맛있으니까.

근데 간이 안맞는게 어떤 건지 모를 정도로 대개는 다 맛있다.

 

청소년 시절에는 가족끼리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여성분들끼리 오신 모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곤 했다.

"어머~ 이건 너무 짜네."

이런 종류들을 맛 평가를 내내 늘여놓으시고 나가는 테이블을 바라보니 마치 설거지를 해놓은 듯한 그릇의 깨끗함은 더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 맛있게 드실 거면서 그런 소리는 왜 하신 거지?'

 

공대 나온 나는 대학시절 남사친들과 주로 먹던 메뉴는 비빔밥, 제육덮밥, 순댓국, 짜장면 등.

어느 날은 설렁탕을 먹었는데,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옆에 오빠가 넣는 만큼 그냥 보고 따라 넣었다.

그걸 보고 웃긴 오빠들은 10년 넘게 동창들이 모일 때마다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육아를 하면서 요리에는 별 취미 없는 사람이 반찬가게와 밀키트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다 요즘 집밥을 꽤나 하는데, 그중에서도 쥐약은 국과 나물이다.

그래서 보통은 간이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일품요리들을 해오곤 했다.

갈비찜, 짜장, 카레, 찜닭, 달걀말이 등

 

그런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는 미역국!

세상 미역국이 쉽다는데, 미역국을 해보기로 한 날 집에 있는 말린 미역을 다 불려서 냄비에 한솥 끓이고 드디어 소금이 등장할 차례!

도저히 방대한 양에 소금을 뿌리고 뿌려도 끝이 없는 거 같아서 국그릇에 소금을 조금 뿌려두고 미역국을 떠서 내었더니 너무 짜다고 난리.

다시 냄비에서 미역국을 한국자 떠서 내었더니 너무 싱겁다고 난리.

와.

 

미안하다

그럼 묵지 마라.

 

나에겐 시간이 금이다.

그러니 못하는 것을 발전시키느라 애쓰느니

다시 그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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