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시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은 챙겨보지는 않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 떠오르게 되면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는 영상이에요.
보통은 금쪽이가 아이로 나오지만, 이날은 오은영 박사님께서 금쪽이를 엄마로 바꾸신 회차였어요.
해당 회차에 출연하신 사연은 아이가 셋 있으신 맞벌이 가정이셔서 친정엄마가 황혼육아를 해주시고 계셨어요.
그런데 육아를 맡아주시는 친정엄마와 엄마 금쪽이 사이에 칼의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보고, 꼭 제가 엄마 금쪽이 가 된 느낌이었어요.
저는 아이 세명의 육아를 엄마인 제가 홀로 다 맡아 책임지고 있지만, 만약에 제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느라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되었을 것 같아 엄마 금쪽이가 공감되었어요.
복직이 언제일지 모르는 계속되는 휴직에도 아이를 온전히 저희 부부가 양육하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친정엄마에게 황혼육아를 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저는 이모(엄마의 언니이신)가 오래전 조카를 5살이 넘도록 대신 육아를 하며 길러주고 계시는 것을 보아왔어요.
그로인해서 사촌언니의 커리어는 계속 지금도 유지되고 있지만, 이모가 몸이 너무 안 좋아지시는 게 멀리서 보아도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저의 마음속 이유 중에 하나는 엄마금쪽이와 마찬가지로 감정수용에 관한 것이었어요.
저는 잘 먹으니까 동생을 더 많이 챙겨주셨고,(물론 제 입장에서 느끼기에)
청소기 소리를 무척 싫어해서 까탈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제가 기억나지도 않은 갓난아기 시절에 밤에 자지 않아 엄마가 업고 다니시느라 힘들게 했다는 이야기를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모가 만나면 말씀하실 만큼 저의 상태보다는 과거와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 이상하게 여겨야만 했던 것 같아요.
이틀 전 친정부모님께서 바리바리 반찬을 챙겨주시느라 잠시 집에 들르셨어요.
아이는 방학 중에 배운 댄스를 할머니께 보여드리려고 말씀드리자 주방에서 저의 집안일을 도우려고 할아버지에게 먼저 보여드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할아버지는 이미 보신 상황인데...)
할아버지는 아이의 글씨중에 굳이 삐뚤빼뚤하신 글자를 콕 집어 이상하다며 지적해주시고, 태권도 동작을 보여드리자 발차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웃으시며 말씀하시더라고요.
딸의 육아가 어려울 것을 알기에 반찬이라도 챙겨주시는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엄마가 된 저는 부모님께 아무런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만나지 않으니 크게 낙담하지 않았고 제가 다독이며 자존감을 끌어 올려 줄 역할을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저의 어릴 적 기억이 생각나서 또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결혼 후 저는 3번의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중에 첫 번째 이사를 하며 친정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되었는데, 그 무렵 확실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어도 어려울 수도 있고 더 지속되면 마음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전세 만기 후 이사를 했었고요.
영상에 출연한 금쪽이네 가정만큼 저는 그러한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적절한 거리를 두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어요.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더 부모가 이해되지 않은 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픈 아침을 이 기록으로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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