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정의 초등 아이가 취침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와 이야기 시간>인데요.

 

침대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 드는 저와 달리, 아이는 침대로 같이 가서도 저와 떨어져 있던 시간들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시간을 꽤나 기다립니다.

 

오늘만 있었던 새로운 일.

놀라웠던 일.

웃긴 일.

실수했던 일.

가끔 속상했던 일 등.

아참, 물론 본인도 이야기 하지 않는 비밀도 있다고 하더군요.

 

 

학교와 예체능 학원을 다녀오고 기억나는 일들만 가볍게 이야기해도 한 시간은 훌쩍이더라고요.

어쩌다 중요한 행사라도 있는 날에는 두시간도 가능하고, 커피 원샷하며 이야기 들어야 합니다.

 

매일을 혼자 휘뚜루마뚜루 이야기를 등교부터 1교시, 2교시를 거쳐 가장 중요한 급식시간과 학원에서 기억나는 일들을 펼쳐냅니다.

그러다 어느날에는 스무고개처럼 저에게 궁금한 사항을 스무 가지 질문을 받더라고요.

매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스무 가지도 사실 새로울 게 없을 거 같아서 많다 싶었어요.

근데 질문에 답변을 하다 기분이 좋은지 서비스로 10개의 질문을 더 받겠다는 게 아니겠어요?

스무 개도 많았는데, 10개의 신박한 질문을 생각해내야 하다니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침착했죠.

 

 

분명히 꼭 필요하다던 이층침대 두고 잘때는 안방으로 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오늘 아이와 관련된 질문을 서른 개 정도 쳐내고, 마무리되나 싶을 즈음.

깜빡한 게 있다며 오늘 국어시간에 연극을 했다고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의 주제는 <콩 한 알과 송아지>였고요.

등장인물은 아버지와 딸 셋.

그중에 아이는 현명하고 대사 많은 막내딸 역할을 맡았다고 했어요.

4명이 한 모둠인데 가위바위보에서 졌는데, 다들 대사 짧은 역할 맡느라 막내딸 역할이 남았었다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침대에서 그 연극을 다시 재연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다른 모둠 아이들이 없으니 혼자 1인 4역을 해내고요.

여러분 이건 또 한 시간 각입니다.

 

그렇게 대본도 없는 연극을 다 기억해내서 마치고서야 머리를 눕힐 수 있었습니다.

점점 아이가 성장할수록 제 체력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자는 10분도 채 듣지 못하고 도망갑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일상 이야기를 아이가 들려줄때 잘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갑자기 훌쩍 커 버린 날, 2시간이었던 우리의 대화가 2분이 되어도 후회로 남지 않게 오늘도 귀를 활짝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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