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세 아이의 엄마.
이제 막 첫째 아이가 초등에 입학한 신입 초보 엄마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배우자의 육아관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와중에 의견이 일치했던 점이 있다.
학습지, 학원 등 사교육을 지양한다는 점이다.
이런 우리 부부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하며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2022년 4월 기준 8살 첫째아이가 현재 등록되어 있는 학원은 3곳이다.
물론 아직까지 학습교과목과 관련된 부분은 없고, 예체능이지만 부모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1) 태권도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줄 우리는 몰랐고, 그렇게 마르던 아이에게 급격한 체중 증가가 찾아올 줄은 더욱 몰랐다.
지금은 우습게 되버린 수치들이지만 일일 확진자 300명을 넘어가자 나는 아이들과 일주일 가까이 집콕 생활을 견디며 버텨왔다.
그렇게 모든 기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단한 채 일 년 넘은 생활 가운데, 아이의 먹성은 꾸준했다.
아침, 점심, 저녁, 사이에 두번의 간식까지.
쉴 틈 없이 식탁에 차려내고, 인간 식세기 역할을 감수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불안감이 엄습했다.
첫째 아이의 엄마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두렵고, 나는 게다가 실행력이 아주 빠른 편이다.
코로나로 격리되는 것보다 체중 증가로 혹시나 모를 성조숙증이 찾아올까 두려워 다음날 바로 3차 병원에 가서 영유아 검진 겸 뼈 사진을 찍으며 상담을 나누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성장이 빠르게 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의 나이보다 뼈 나이가 낮게 나와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소아비만도 그냥 지나칠 부분은 아니었기에 하루 한 시간 이상의 (땀날 정도의) 신체활동을 권장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코로나고 뭐고 마스크 쓰고 무조건 산책을 감행했다.
대부분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은 놀이터로 달려가지만, 이 시기에는 놀이터도 자제하라는 방송이 나오던 시절이라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작년 이사 후 동네에 있는 태권도 학원이 새로 개원하면서 아이에게 어떤지 슬쩍 체험수업을 권유하며 3일을 보냈다.
다행인지 아이는 3일 내내 수련을 마치고 나눠주신 사탕에 넘어가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7개월째 매달 승급심사를 무사히 마치며 현재는 파란 띠를 당당히 매고 자랑스러운 태권소녀가 되어있다.

2) 미술
미술은 더했다.
미술학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한 번씩은 거쳐가는 곳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병이 6세 때 찾아오며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게 더 좋지 않냐며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각종 도구 용품들을 사주었지만, 집이라는 장소는 아니었나 보다.
(하긴, 나도 글쓰기 할 때 집 말고 카페 가서 쓰고 싶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수도...)
2년 전 시작된 미술학원 타령은 코로나 핑계도 대 보았고, 집 근처 가까운 곳이 없다는 아이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렇게 6세부터 나온 미술학원은 7세 12월이 되어서야 집 근처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생겨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주 1회와 주 2회 중에 원하는 주 2회를 등록해주었지만, 그마저도 주 5일 갈 수 없어서 아쉬운 눈치였다.
초등시절의 목표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가며 알아가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이 아닌 이외의 장소)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던 것처럼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주 2회 미술활동하러 가는 날의 발걸음이 다르다.
지금의 마음을 기억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

3) 피아노
기관을 다니지 않는 6살 둘째의 유일한 고정 일정이라고 하면 음악학원이다.
아무런 관심이 없던 8살 첫째 아이는 둘째가 한 달 넘게 즐겁게 배우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듯했다.
둘째 아이가 1월부터 등록해서 배움을 시작하였고, 첫째 아이가 이야기를 꺼낸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아이들은 궁금하니 당연히 해보고 싶고, 질문할 수 있으니 여러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다시 기회를 주었다.
악기라는 부분은 다른 운동과 미술활동과는 별도로 한두 달만 다녀서 배움을 마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하나의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 최소 1년 이상은 기간을 두어야 어느 정도 접해보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었고, 답변이 돌아왔다.
2주일 뒤, 아이는 시작하면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며 가기로 한 날에는 시간을 단축할지언정 감을 익히기 위해 꾸준히 출석할 것임을 본인이 다짐했다.
아이와 이야기가 된 후 학원 원장님과 상담이 이뤄졌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2주 전 미리 적응하기 위해 첫째 아이의 등록을 마쳤다.
첫 달은 등록했던 마음이 흔들릴 만큼 피드백이 부모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기에 아이의 눈물을 쏙 빼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대개의 날을 보내고 믿음으로 지켜보며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읽히고, 잘 재우고 시간이 흐르자 평화가 찾아왔다.



긴 시간을 나름 짧지만 길게 풀어낸 만큼, 우리 가정의 일정은 첫째 아이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아이의 음악학원에서 살짝 이야기가 나온 만큼 6살 둘째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며 누나의 일상을 아주 가까이 관찰하는 사람 중 하나다.
둘째 아이의 학원 등록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나이 6살이라고 하면 요즘은 다들 빠르다고 해서 글자를 아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지만, 그게 우리 집은 아니었다.
누나처럼 책을 읽어달라고 먼저 꺼내오는 법은 거의 없고, 누나가 꺼내올 때 옆자리에 와서 앉아 귀동냥하는 스타일.
누나가 ebs 볼 때 옆에 와서 같이 <한글이 야호> 보는 스타일.
동생이 영어 영상 볼 때 옆에 와서 같이 보는 스타일.
그렇게 우리 집 둘째는 본인이 뭔가 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는 드문 아이다.
그런 아이가 누나의 학원 픽업을 오가면서 지나다니다 음악학원에 반했던 모양이다.
콕 집어 이 음악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하고, 충동적인 언행이라고 생각한 그날을 넘기고 몇 번 아이의 입에서 더 언급을 하게 되었을 때 상담 신청을 하게 되었다.
집 근처 음악(피아노) 학원은 총 3곳.
그중에 한글을 아직 모르는 6세 어린이를 흔쾌히 지도할 수 있다며 받아주신 곳은 아이가 말한 그곳이었다.
보통 일반 학원처럼 50분 수업이지만, 첫 주는 아이의 집중력을 적응하는 차원에서 30-40분 수업을 진행하고 마쳤다.
이 부분 역시 원장님과 상담 후 적극 동의한 부분이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다행히도 잘 적응하며 다닌 지 4달 후, 아이의 마음이 또 입을 열었다.
"엄마, 저 미술학원 다니고 싶어요!"
"응?"

아이의 흥미가 그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전문가의 배움을 바라지 않았기에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첫째 아이의 학원이 이렇게나 지속될 줄 몰랐고, 그렇게 가계의 학원비라는 고정비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와중에 남편은 첫째 아이의 학원을 하나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조용히 묻던 날, 아이는 완강히 거부하며 눈물을 보였다.
상황은 이러하였고,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주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연히 아이의 마음에 박수를 쳐주며, 그날 바로 상담을 다녀와서 하루빨리 등록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남편의 아무런 동의 없이 동록 해버리면 더 중요한 부부간의 갈등이 생길 것을 염려하며 아이들에게 어려운 지시를 주었다.
아빠에게 말로 설명하면 마음이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 글로 써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자는 주문이었다.
당연히 아직 글자 쓰기가 어려운 둘째 아이는 누나의 도움을 받아서 최선을 다해 따라 써주었다.
물론 하고 싶은 말과 그에 따른 이유는 모두 둘째 아이가 말한 대로 첫째가 따라 쓸 수 있게 받아 적어주었다.


그 사이 남편은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생각할 시간이 이틀이나 자연스레 주어졌고,
어느정도 눈감아주는듯한 남편의 눈치에 다음 주에 상담하러 갑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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