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번씩 찾아오는 봄맞이 루틴!
작년에는 이 루틴이 텃밭에서 이루어졌었고, 내년에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루어질 예정이다.
올해 역시 집안 한쪽에 작은 공간을 한자리 차지한 녀석들이다.
3월에 시작은 하지만 4월 식목일을 기점으로 이들의 활동은 절정을 이루다가 5월 더위와 함께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1호 해바라기
2호 토마토
3호 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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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밀도 높은 우리 가정에 더이상의 식물은 돌볼 수 없다는 게 나만의 신념이다.
케어해줄 생각 전혀 없는 엄마를 만난 덕에 아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는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엄마, 우리도 반려동물이나 물고기 키울수 있을까요? 키우고 싶어요!"
"응~! 되지^^ 너희 스무살 되면 꼭 그렇게 해보자:)"
(엄만 지금의 유동인구로도 충분하단다...)
그런데 식물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나도 사실 식물은 잘 키워보고 싶다.
하지만 손재주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엄마를 만난 덕분에, 운동화 끈 묶기부터 집안의 작은 바느질거리는 모두 아빠 몫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편의 역할 비중이 아주 커 보이지만, 대부분 크고 많은 일들을 내가 처리하기에 남편도 나의 빈틈을 메꾸어주는 편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어린이집부터 유치원에서 봄맞이 시즌 행사로 무언가 활동 후 결과물을 가져온다.
너무나도 밝은 얼굴로 심어져 온 화분은 모두 나의 몫이 되어버리고, 자라는데 궁금한 점과 혹여 생을 마감한 경우 등 모든 경우의 수 역시 나의 책임이 되어버렸다.
올해 역시 선물 받은 에코팟 화분에 세 가지 식물이 심어졌고, 놀랍게도 며칠 만에 싹이 트였다.
그중에서도 이름값을 하는 해바라기는 경쟁하듯 먼저 쭉쭉 치고 천장으로 치솟음을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줄기가 약간 길어지자 그새 휘어짐을 보이며, 아이들 마음도 갈대같이 휘어지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주말 맞이 아빠에게 분갈이 숙제를 내어드리고, 집을 잠시 비운 사이 빈 화분에 잘 고정시켜 주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시들어버린 듯하다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우선 한시름 놓았다.
4호 새싹.
4월이 되니 아이의 학교에서는 주 2-3회 색종이 준비물로 예쁜 튤립부터 다양한 것을 접기 시작했다.
그중에 이번 작품은 우리 집에 새싹들이 있는지 어찌 아시고, 화분과 새싹 접기를 하여 데려왔다.
(아이가 지은 별명 : 새싹 4호)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종이 접기에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학급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색종이가 준비되면 선생님이 스크린을 통해 종이접기 영상을 틀어주신다.
물론 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주시고, 그래도 잘 되지 않은 아이는 하고 있던 색종이를 모두 가지고 선생님 앞으로 가지고 나간다.
"그래서 앞으로 나갔을까?"라는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주었고, 이번에는 친한 친구도 함께 나갔었다고 밝게 말해주는 아이를 보니 1학년 학급의 풍경이 그려져서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았다.
(감사하신 선생님, 친절하시고 고된 업무가 상상되어 매일 밤 자꾸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 화분과 새싹 접기가 어려웠던 1학년 어린양들은 선생님 앞으로 줄이 10명 넘게 이어졌다고 전해 들었다.
#이정도면종이접기과외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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