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주말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내 마음도 활짝 열려있었다.

나뿐이 아니었던지 남편은 금요일 연차를 쓰겠다며 목요일 회사에서 통보해왔다.

오호라, 월말이라 아이 학원 스케줄도 없었던 날이라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빠르게 눈여겨보았던 리조트를 검색 후 예약까지 마쳤다.

금요일 하교 후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강릉으로 출발하였고 미친듯이 밟아서 3시간 만에 경포해변 앞 숙소에 짐을 풀었다.

 

후우.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강릉의 순두부로 허기를 달래고,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우리는 기어이 밤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만 하루를 이렇게 보내긴 너무 아쉬웠고, 헬리콥터맘으로 살아온 지난 일상에 답답함도 풀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남기는 카테고리는 <8년째 초보엄마>.

그러니까 8세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질 차례다.

산책로를 지나 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어두운 밤바다를 맞이한 순간, 나는 아이의 신발을 주웠고, 남편은 안전요원 태세로 돌입했다.

그렇게 각자의 방법대로 밤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랬다.

그랬었다.

그때까진 또 좋았다.

 

 

 

 

아이는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임을 알면서도, 해변을 벗어나서 산책로 데크로 걸음을 옮기자 발 바닥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저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빠르게 숙소로 돌아가서 씻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숙소 입구 해변 이용객을 위한 발 씻는 용도의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대충이라도 헹구었고, 우리는 숙소까지 고통의 소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암묵의 안도를 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았다.

아이는 젖은 모래가 발바닥과 딱 붙어 있었는지 물로 헹궈냈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짜증난다.짜증난다.짜증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대론 어렵겠다 싶어 본질을 찾기 위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짜증 난다는 표현을 많이 하곤 해.

 그러나 더 불편하면 왕짜증. 더더더 불편하면 '개'를 붙여서 개짜증이라고도 하더라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을 말이라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게밖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해."

"혹시 지금 걷는 게 무척 불편해 보이는데 발이 아파서 그런 거니?"

"응. 걸을 때 너무 아파요"

"발이라면 발바닥일까? 발가락일까?"

"전부요"

"아까 물로 발을 헹궜는데도 여전히 아픈 거니?"

"응"

"그랬구나, 전혀 몰랐어, 엄마랑 아빠는 물로 씻어냈으니 괜찮은 줄 알고 신발 신고 오라고 했던 거야.

 그럴 땐 다음부터는 짜증 난다는 표현 대신에 물로 씻었는데도 발에 모래가 많아서 아프고 걷기가 어렵다고 말해주면 돼."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해. 그래야 도움을 줄 수 있어."

(라고 마지막 말을 뱉은 후, 나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자리부터 아이를 업고 객실로 돌아옴.)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아이의 마음도 좀 누그러진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그냥30kg업고다닌이야기

#멀리서보면시트콤

#체력이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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