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는 가볍게 인사로 허그와 입맞춤 등 사랑한다는 다정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한국에서는 대개 성장한 어른들이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애정표현을 하는 것이 어렵다.
물론 어디에서나 예외는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여기서 나는 k-장녀다.
흔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면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도 있던데, 아마 난 죽기 전에도 어려운 한마디에 속하는듯하다.
이렇게 미리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바로 옆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통화하면 그만인데, 또 그게 어려우니...
돌고 돌아 메모장에 묵혀두었던 마음을 여기에라도 남겨두어야 할 듯하여 시작해본다.
나에게 육아는 태어나서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친구관계, 수능, 대입, 출산 등 그 무엇보다 어려웠다.
지금도 그러하다.
아이가 자라나는 오늘은 내가 마주한 처음이고, 그래서 매번 처음이다.
연습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만큼...
코로나 시국은 이러한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더 외로웠다.
아이들과 함께 병원 한번 다녀오는 게 참으로 버겁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욱 노심초사했다.
그러다 남편이 직장에서 다쳐 입원하던 날, 통증으로 mri 촬영을 위해 보호자로 가봐야 했는데 아이 셋을 데리고 큰 병동에 엄두가 안 났다.
병동에 입원환자당 출입 가능한 보호자는 등록된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집에 있어 혼자 발만 동동 구르던 때였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인 친정엄마는 일하고 있었고, 당시 만삭이었던 동생이 출산휴가 중이어서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었다.
혹시 아이를 좀 봐줄 수 있느냐는 말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거절을 당하고는 전화를 끊고 하염없이 울었다.
결국 퇴근 후 와주신 친정엄마 덕분에 저녁이 되어서야 남편이 응급실로 와서 입원했다는 병동에 와볼 수 있었다.
mri촬영 비용이 비급여였고, 비용이 커서 수납 후에 촬영이 가능했는지 여태 보호자가 수납해주지 않아 촬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답답하고 미안했던지 수납하고,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서 부축하며 오고 갔던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몸을 혼자 움직이지 못해 간병인(보호자)이 필요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아이들을 내 욕심대로 가정보육하고 있었던 점이 후회되었다.

이러한 자의 반 타의 반 외로운 생활 속에 유일하게 연락을 지속하며 만나준 사람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전화 한 번씩 해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쉽게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먼저 전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나한테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연락 오는 것이 정말 반가웠다.
눈물 나게 고맙다.
태풍의 눈에 있는 누군가에게, 겨울의 한가운데 있는 누군가에게, 외롭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정말 실로 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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