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첫아이가 태어나서 신생아 무렵 손싸개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잘라줘야 하는 손톱이 초보 부모에게는 큰 숙제였다.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젖병 씻기와 유축 등 말도없이 자잘한 일들이 많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아기 손톱을 잘라봐 달라고 말했었다.

남편은 내가 어떻게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었지만, 어쩌겠나.. 나도 처음이었고 두려웠는걸..

호기롭게 도전한 손톱 자르기는 예민한 아기의 거친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려다 결국 살점을 잘랐는지 피를 보고 막을 내렸다.

그 후로 둘째와 셋째 아이까지 손톱 자르기는 쭈욱 내 차지가 되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연 한가지 추가!

첫아이의 여섯살 생일 무렵에는 유치가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성장을 축복해야 마땅하지만, 나와 남편은 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왔다.

예나 지금이나 유치는 집에서도 많이 빼지 않냐는 말에 많이 흔들릴 시점을 공략해서 남편은 실과 바늘을 꺼내 들었다.

결혼하면서 이불을 사고 서비스로 챙겨주신 반짇고리함은 바느질과는 거리가 먼 아내 덕분에 남편의 전용 아이템이다.

아이와 남편의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실을 흔들리는 이에 묶어 잡아당겼다!

어랏? 이상하다. 자꾸만 이는 그대로이고 실만 빠지는 것이다.

다음엔 더 단단히 두 번씩 묶어가며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제자리였다.

결국 아이는 아빠가 자꾸 이는 안 뽑아주고, 공기만 잡아당긴다며 놀리고 막을 내렸다.

자 그렇다면 이제 엄마인 내가 나서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나는 치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야 치과 갈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린 통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 치아도 무서운데 아무리 자녀지만 타인의 치아라니 너무 버겁다.

결국 어린이 치과 진료시간에 맞춰 다녀오고 첫 유치를 성공적으로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착착 빠지고, 새로 나오고를 반복하며 어린이는 성장 중이다.

지난달(5월)에는 늘 그렇게 새로운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불편하다고 느낄 즈음 어린이 치과에 다녀왔다.

예약 없이 방문한 터라(당연히 예약을 할 수가 없는 상황) 기다림이 있었고,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가서 원장님과의 대면.

(치과에 가기 전 항상 스스로 잘하는 아이지만, 그래도 양치와 치실을 전부 제가 다 눕혀서 해주고 확인 후 함께 갑니다.)

지금도 원하면 발치가 가능하나, 지금 빼면 아이가 좀 아파할 수도 있으니 2주 뒤에 다시 오는 게 어떠냐는 물음이 있으셨다.

(어린이 치과는 이래서 좋다. 어른 치과였다면 그냥 빼주셨을 텐데, 지금의 통증을 예측해주시고 미리 말씀해주시는 점!)

물론 집에서 딱딱한 것을 먹다가 빠져도 괜찮다는 말씀을 듣고 안심한 후에 아이와 빠르게 상의 후 그냥 돌아왔다.

 

 

그동안 아이는 잘 먹고, 잘 놀며, 학교에 잘 다니는 동안 2주는 순식간에 지나왔다.

어느새 5월 말일이 되었고, 6월로 접어들자 아이는 매일 조금씩 더 많이 흔들리고 이가 작아졌다는 둥, 잇몸과 조금 더 멀어졌다는 가감 없는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진짜 가봐야 할 날이 되었을 때에는 주말이었고, 월요일까지 연휴로 이어진 탓에 화요일이 되면 학교 마치고 바로 가기로 약속까지 했었다.

연휴 마지막 날 6월 6일 현충일 아침밥으로는 카레라이스와 찐만두를 차려주었고, 반 이상 먹었을 즈음 아이가 손바닥에 뭔가를 내뱉었다.

만두를 먹고 있었는데, 뭔가 딱딱한 게 있는듯해서 뱉어보니 자신의 치아였다는 것이다.

 

 

 

 

집에서 유치를 뺄 수 있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보다니 믿기지 않았다.

난 어릴 적 이가 흔들리기만 해도 무서워서 그 치아로는 전혀 씹어볼 생각도 안했던 어린이였으니까.

나도 어릴적 집에서 한 번도 무서워서 빼지 못한 것을 아이는 스스로 해냈다.

 

1분 만에 지혈이 완료되고, 식사는 중단되었지만 우리 모두 기쁜 시간이었다.

아이는 제법 엄마 아빠가 하지 못한 일들도 해내며 매일 성장 중이다.

엄마가 못 부는 휘파람을 불고, 아빠보다 엉덩이 힘이 좋으며, 가족 중 누구보다 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중이다.

부모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칼질을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매일이 도전이고 매일이 놀라움인 아이의 일상 속엔 부모도 성장해야 할 이유가 가득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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