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유로 가정 보육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하고 싶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해서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곧 초등에 입학하는 첫째 딸은 태권도와 미술을 하고 있었고요.

두살 터울인 둘째는 새해부터 음악학원에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하여 고정 일정이 생겨났어요.

더 이상의 추가적인 수업 등록은 첫째 아이에게도 무리일 듯싶었고, 딸아이도 피아노라는 악기 배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그런데 동생이 한 달 이상 꾸준히 다녀오는 것을 지켜보고는 본인도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어느 날 말하더군요.

충동적인 의견일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 기간을 두고 지켜보았어요.

(저희 가정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충분치는 않아서 원하는 대로 다 보내주지는 않아요.)

진짜 배우고 싶은 이유를 자세히 들어보기도 하고, 아빠와 상의해보기도 하고, 선생님과 상담해보기도 하고요.

일련의 저만의 테스트를 거친 후 아이와 몇 가지 약속을 한 뒤 등록을 하였어요.

- 막상 해보고 싶어서 배우기로 했지만,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은 과정일 수도 있다.

- 악기를 배우는 과정은 한두 달 안에 끝나지 않기에 최소 1년 이상은 다니기로 한다.

 

 

 

 

딸아이가 등록 후 두 번째 수업날 듣게 된 피드백은

"어머니 아이가 깊은 한숨을 꽤 자주 쉬더라고요? 물론 아직 두번째 수업이긴 하지만..."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저의 모습이 있더라고요.

물론 선생님 말씀대로 아직 두번째 수업이라 아이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자세나 연습하는 시간 등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제 뼈를 때리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 깊은 한숨을 내쉬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장면 1 : 첫째 아이의 안과 정기검진이 있던 날 당연히 둘째와 셋째도 모두 동행하여 안과에 방문하였고, 첫째의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듣고 복잡한 심정과 함께 둘째와 셋째의 졸음이 쏟아지는지 대기실에서 있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모두 다독이는 제 자신은 그 상황을 견디기에 다른 방도가 없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장면 2 : 약 1년 전 남편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왔는데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런데 담당의가 허리 mri를 촬영해보자고 하셨는데 금액이 비싸서 그랬는지 선결제가 되어야지만 촬영이 되었던 모양이에요.(남편이 병원 이동후 움직일 수 없어 혼자 결제가 불가능했던 상황) 그런데 아이를 누가 봐주실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큰맘 먹고 만삭인 동생에게 부탁해보려 연락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게 깊은 한숨만 남았던듯해요. 코로나로 인해서 입원실에 보호자 1명만 출입이 가능했던 상황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어요. 결국 친정엄마가 일을 마치고 와주셔서 저녁이 되어서야 남편이 가있다는 병원에 가볼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어떤 말로 응원을 해줄 수 있을지 한참 생각에 빠졌어요.

물론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제가 깊은 한숨을 쉬었을 때는 어떤 위로도 잘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저를 보면서, 제 행동과 태도 등 모든 것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기에 거울처럼 비치는 제 모습에 반성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아이랑 한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연습을 하다가 힘들 때에는 태권도에서 배웠던 명상(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을 이용해 보는걸로요.

또한 언제든 피곤하고 지쳐서 힘든 날에는 미리 이야기해주면 수업시간을 좀 짧게 조정해줄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지금의 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아이도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