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두개로 세개가 되는 마술을 배워온 우리딸

저는 어느 집안의 첫째 딸로 태어나 지금은 아이들의 엄마로, 남편의 배우자로 등등 여러 역할을 하며 30대를 보내고 있어요.

각 가정마다 부부가 역할분담이 (암묵적이라도)잘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와 배우자는 대학시절 만나게 되어 4년이 넘는 만남을 가지고 결혼후 (의도치 않게)세 아이라는 축복을 선물 받았어요.

첫째 아이는 어느새 8살이 되어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고, 막내는 세돌이 갓 지났지만 어느새 한국 나이 5세가 되었고요.

코로나라는 믿기지 않은 현실을 꽤 오랜 기간 마주하면서 아이들과 저희는 제법 많은 갈등을 겪기도 하며 평안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우연히 세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세 번의 이사를 경험했어요.

(그렇다고 집의 평수를 늘리게 된 건 딱히 아니었고요)

비교적 어렸던 20대에 결혼하였고, 얼떨결에 그 시절 각자 월 100만원씩 모아 총 200만원씩 1년 정도 모은 돈으로 아파트 계약금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디딤돌 대출을 하여 신혼집을 장만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당연히 맞벌이였으니, 1명의 소득은 온전히 대출을 갚는데 거의 쓰이고, 나머지 1명의 소득으로 생활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그 시절 저희는 신용카드조차 없었던 아주 청정한 시절이 있었더랬죠.

그러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며 카드도 당연히 사용하며 인생 첫 할부도 하게 됩니다.

 

 

그러다 현시점의 남편의 가정에서의 역할이 이제 드러나게 되네요.

1. 분리수거

절대불변!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해요.

2. 주식

근로소득은 매년 연봉협상이 들어가도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보장은 드문가운데, 약 2년 전부터 남편이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꾸준히 공부한 이후 투자하기 시작한 부분이에요. 각 가정의 경제권이라도 하는 부분은 개별로 있으신 가정도 있지만, 저희는 남편이 결혼하고부터 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주었어요.(그런데 요즘은 남편분이 경제권 있으신 가정도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셋째 아이가 태어나고, 가장의 무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늘어난 가계 소비생활에도 아이를 케어하며 제 적은 소득으로 조금씩 커버하며 버텨오곤 했었는데, 주식에 손을 댈 생각이 없었던 저는 의외로 남편이 공부해서 투자를 시작해준 덕분에 한 팀이라는 생각도 들고 고마웠어요.

3. 게임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성향인데 아들이 아빠와 비슷한 뇌구조인지 재미있어하면서도 잘하더라고요.

집에서 평소에 엄마인 저와 대부분의 활동과 시간을 보내는 터라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동안은 아빠와의 자유로운 시간을 아주 많이 허용해주는 편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게임인데요. 아직 아이들 나이가 어려서 컴퓨터 게임이 아닌, 닌텐도 스위치를 주로 하고 있어요. 물론  그 외 아날로그 보드게임도 아주 좋아하고요. 무엇이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지만, 자유로운 시간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와는 분명 다른 시대를 살아갈 것임이 분명하기에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에서 경험해보는 것이 아빠와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제가 암묵적으로 허용해주는 하나의 역할이에요.

 

 

결혼한 지 약 만 8년이 다되어가니 어느새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대충 어떤 기분과 상황인지 대략 파악이 되나 봐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편이 어느새 제 한숨소리가 늘어가던 날 나지막이 묻더라고요.

저는 배우자의 가장의 무게가 이미 충분히 무거울 듯 알기에 더 짐을 지어주기 어려운 마음에 현 가정의 경제상황이 이렇다 솔직히 말할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저의 어두웠던 얼굴과 예민했던 행동에 남편은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까칠하다며 불편을 표현했고, 별일 없다고 생각했던 나날이었어요.

며칠을 이어가던 한숨 끝에 비교적 일찍 퇴근했던 어느 날 기회가 되어 저녁 식사가 끝나고 대화가 시작되어 털어놓았어요.

집 대출과 남아있던 차 할부, 보험과 통신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야만 하는 비용들이 이미 남편의 급여 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에 식비라던지는 여태 저의 야트막한 소득으로 이어오고 남편에 주식 수익으로 버텨왔던 것을 알고는 꽤 침착하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며 생각해보더라고요.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당연히 달랐기에 서로의 장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기에 눈에 불을 켰던 적도 많지만, 어느새 세 아이를 책임지는 부부가 되었고 전쟁터의 전우라는 느낌이 들어서 고마운 날이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묻던 말,

"여보도 내가 야망이 없어 보여?"

남편과 비슷한 성향의 친구가 여자 친구로부터 결혼 이야기도 없고, 이직이나 다른 요소로 연봉을 높여보려는 별다른 의지가 없어 보여서 했던 말을 듣고 본인도 그러한지 이입되어 생각했었나 보아요.

그 말을 듣고는 충분히 어떤 느낌인지 배우자로서 많이 이해가 되는 질문이었는데, 저 또한 결혼 전 남자 친구였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어요. 자신이 취미로 좋아하던 게임을 계속 지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는 와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은 절대 없었던 일이죠.

그런데 저는 이 사람이 결혼하고 또한 가장으로서 여러 가지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어요. 생각에 잠기더라고요.

제가 남편에게 지금도 많이 고마운 변화는 감정이 태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좋은 감정은 좋은 감정대로 나쁜 감정은 나쁜 감정대로 그대로 두고서, 평소 루틴은 그대로 잘 이어서 한다는 게 어린 시절엔 어렵잖아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지만, 저희는 여전히 부부로서 성장해가는 성장통 중인듯해요.

(이런 저만의 성장통이 훗날에 기억날듯하여 오늘도 기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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