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미취학 연령일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파이가 너무 커서 공교육을 뒤덮을만큼 큰 산처럼 보이곤 했다.
또 <스카이캐슬> 같은 믿을 수 없는 드라마들을 보면서 나는 안 그래야지 하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있지 않다.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기를 보내며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3군데이고, 모두 아이가 원해서 다니게 되었다.
학원을 직접적으로 다니지 않아도 집에서 학습지를 통해 학습을 이어가는 가정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현재 아직 주요 교과목과 관련된 부분은 없고, 모두 예체능이다.
태권도(주 5), 미술(주 2), 음악(주 4) 부분의 아이가 즐겁게 학원을 다니며 부모로서 든 지금의 생각을 기록해두고 싶다.
초등 아이들에게 학원이 "회식"의 개념으로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초등학교에서의 정규 교과과정이 일반 어른들의 9to6의 회사생활이라면, 하교 후 이어지는 학원생활은 회식의 개념이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는 것이었다.
현재 초1 아이가 다니는 학원의 종류는 대개 방과 후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방과후수업 대신 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과 돌봄은 어른들의 퇴근시간 이후의 야근으로 보였다.
방과 후 수업시간 혹은 그 사이 시간을 오가면서도 아이들은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다.
그렇지만 학원을 오가면서 혹은 학원 내에서 아는 얼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는 점은 주변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아이들은 훨씬 더 반갑고 표정이 다르고, 학교 안에서 만나 오갈 수 있는 인사말보다 톤이 훨씬 높다.
어른들도 사내에서 식사를 할 때 주고받는 대화보다 회식자리에서의 대화가 훨씬 스펙트럼이 넓고 깊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지만, 학교 밖에서 오고 가며 많은 눈인사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가고 있었다.
흙수저는 아닐듯하고, 그렇다고 금수저는 더더욱 아니지만 아이들은 분명 그곳을 통해서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학원 가서 친구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흠 그 이야기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자기 할 일 바쁘기에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학원을 오고 가며 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행방을 물으며 사회생활 중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하교 후 본인과 친구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만날 수 있는 주말에 약속을 잡기도 한다.
7세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고, 원하는 활동을 위해 학원을 보냈던 행동이 초등 입학해서 아이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흙수저 집안에서 아이를 낳으면 생기는 일>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 글을 쓴 본인은 가정이 흙수저라서 학원을 보내달라고 해도 인강이면 충분하지 않냐는 부모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항상 좋은 옷은 아니더라도 겨울에 교복 위에 외투만이라도 브랜드로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인강으로 공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나비효과로 다가올지 떠올리게 되었다.
학원에서의 배움 이외에 형성된 친구관계는 학교생활에서도 연결되고 어느새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현상이 눈앞에서 그려졌다.
주거지역이 초품아가 아니고, 근처에 학원가가 없고,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어떨까 자꾸만 상상해보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비슷할 텐데, 각 가정의 상황마다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아이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의 시선은 내 아이가 미취학 때는 가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이다.
혹 여건이 되는 가정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에 미리 학원을 등록하여 다니며 적응해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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