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첫째 아이는 혼자 등하교를 시작한 지 이틀째 되었다.
3월 입학식날부터 적응기간이 끝나는 25일까지는 선생님도 교문까지 하교지도를 나와주시기에 그 핑계를 대고 등하굣길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제 아이 나름대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길을 스스로 가보겟다며 선을 딱 긋는 아이.
아이가 원하면 6학년까지도 가능하지 싶었다. 아니 솔직히 2학년까지는 함께일 줄 알았다.
아이는 빠르게 성장중이고, 너무나도 씩씩하다. (고마워해야 할 일이겠지요?)
같은 반 다른 아이들은 아직 엄마가 하교 시에 많이 나오는 편인데도 나에게는 절대 나오지 말란다.
혹여 나와도 된다고 할까 싶어 하교 후 놀이터 들리지 않고 집으로 곧장 오라는데도 마찬가지로 해맑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물론 등하굣길에는 아파트 단지와 이어져 있어서 횡단보도나 찻길도 전혀 없어서 안전에는 염려가 없다.
그래도 3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손을 떠나는 일들이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나를 닮은 아이가 나처럼 참 독립적이구나 싶어서 웃프다.

* 종이접기
학교 수업시간에 준비물로 색종이가 있는 날은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와서 직접 외웠다가 알려주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튤립, 이번에는 로켓을 접어왔다.
선생님께서 큰 스크린을 통해 종이접기 영상을 틀어주시면 그것을 보고 활동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접는 법을 잊어버릴까 봐 학교에서 3개나 접어와서 가방 속에 고이 챙겨 왔다.
학교 다녀오고 집에 들어와 손을 씻자마자 색종이를 준비해서 잊을세라 나에게도 색종이를 건네며 따라 해 보라며 알려주는 아이.
아이가 뭐든 알려주는 대로 잘 듣고 따라 하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중이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최대한 잘 흡수하려는 중일 테니까.
* 녹색어머니회
아이의 초등학교에는 3월 학기 시작하자마자 학부모회와 도서 봉사위원을 모집하였다.
내가 어릴 적 흔히 등교 때마다 횡단보도에 안전을 책임져주시려 봉사를 나와주시는 녹색어머니회는 모집하지 않았다.
시에서 시니어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그 업무를 일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해가 되었던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은 감사하게도 차도 없이 공원과 학교로 연결되어 있어 오히려 모집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듯했다.
99% 정도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이고, 1% 정도 타 아파트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같은 지역의 다른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학교는 녹색어머니회를 모집하였고, 1년에 몇 회 무조건 정해진 일자에 봉사를 나와주어야 하는데 어려운 가정에서는 시니어클럽이나 다른 경로로 인력을 고용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려 그 일정을 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같은 지역이라도 학교마다 이렇게 사정이 다를 수도 있는 거구나.
교육부의 지침과 방침이 대부분 학교마다 내려져도 결국에는 학교 재량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선할 점은 아직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 봉사라는 이름으로 녹색어머니회를 모집 혹은 강제로 일정을 부여하여 학생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
- 시에서 시니어클럽에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적극 활용하지 않고 기존의 형식을 그대로 이용하려는 학교.
- 맞벌이 부모나 어린 자녀들을 양육 중인 가정에게는 아침 시간에 약간의 여유도 허용되지 않을 텐데, 그분들에게 또 다른 시간적 경제적 지출을 만들어 내는 일.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중에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이 제일 늦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같은 지역이라도 편차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학교를 등하교할 때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안위와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가정이나 같은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를 양육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점이 이러한 제도 개선이 현실에서는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아이를 출산하고, 영유아 시기에 경제적으로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 이외에 아이가 커갈수록 기타 사교육과 돌봄에 많인 비용이 드는 것도 물론이다. 또한 제도 개선이 되지 않아 소중한 시간을 내야만 하는 부모들에게는 더욱 저출산 시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끔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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