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학년 한국 나이 8세 심부름 한창 좋아할 나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으로 혼자 외출이 거의 전무했으니 심부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혼자 외출은 거의 짜릿한 무언가가 있는듯하다.

중학생 1학년이라면 마트에서 먹고 싶은 간식이 있어도 동생을 시키거나, 아빠가 간단한 심부름 혹은 부탁을 해도 거절할 나이인데 초등학생 1학년은 다르다.

없는 심부름도 만들어서 다녀올 생각에 들떠있다.

게다가 20개월 터울 동생은 둘째가 호시탐탐 누나 나갈 때 끼어서 나가려고 노리고 있는 부분도 있다.

 

 

 

 

* 심부름1 - 집

첫 번째 심부름 이야기는 집에서 시작된다.

한번 간식 사러 바깥 외출을 마친 나는 둘째 아이의 간식 타령에 다녀왔으니 식사가 우선이라며 간식 구입은 내일 나가자고 미뤘다.

그러자 누나가 학원일정을 마치고 돌아오자 누나에게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고, 누나의 심부름 거리를 만들어낸다.

둘째의 목적은 <초코송이>.

그리고, 첫째가 원하는 음료 한 가지를 포함해 구입계획을 세우고 다녀올 수 있냐고 묻는데 마침 지폐가 없어서 어렵겠다고 했다.

그러자 온집안을 뒤져 동전을 모아두었던 곳을 발견하여 차근차근 세어보자 꽤 많은 금액의 동전이 나왔다.

그제야 허락을 하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는 당부와 함께 첫째의 엄마의 심부름이자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러 나갈 채비가 시작되었다.

계산하기 편하게 동전을 작은 지퍼백에 천 원 단위로 나눠서 같이 확인하고 담은 후 아이를 보냈는데,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 심부름이 그리도 좋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몇해만 더 크면 이제 심부름은 동생들 차지 혹은 내 몫이 될 터이니 때가 왔을 때 기획을 잡아야지 싶기도 했다.

크로스백을 매고 자신있게 잘 다녀온 아이는 동생으로부터 존경의 눈빛을 받고, 엄마로부터 무한 칭찬을 받았으니 기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되어 참 다행인 날이었다.

 

 

* 심부름1 - 학교

동생의 간식 부탁으로 다녀왔던 심부름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하는 독서와 이야기 시간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문득 생각나는지 오늘 학교에서도 심부름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깜짝 놀랐다.

1학년이 학교에서 벌써 심부름을 할 수 있다니, 이 아이들은 밖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똘똘하게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1학년 전체에게 배포하실 가정통신문을 담당하셨는지 각 반에 필요한 수량만큼 전달하는 일이었다.

한 반에 한 명씩 전달해야 하니 모두 6명이 필요했나 보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여섯 명의 여자 아이들을 부르셨고, 아이는 1학년 4반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막상 듣고 보니, 나도 어릴 적 이런 심부름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은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때의 심부름은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와 가까운 위치에 거주하셨던 선생님은 집에서 필요한 게 있으셨는데, 나에게 선생님 집을 알려주시며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 당시 나이로서는 가히 놀라운 심부름이었다. 엄청나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만 같았고, 내가 선생님 댁까지 가게 되단 그저 놀라웠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 반에 서류를 전달하기 전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다른 반에 심부름을 가게 되었을 때 인사말과 행동 등 지침을 알려주셨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1학년 몇 반에서 왔습니다." (꾸벅)

"선생님께서 이것을 갖다 드리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정확한 토씨는 다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말은 아이의 입으로 전해 들은 부분이다.

세상에 1학년 선생님들은 이렇게 친절하게 심부름을 알려주시고 보내시다니 너무 놀랍고 또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제법 잘 적응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한시름 놓을 수도 있게 되었다.

 

 

양육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라고, 때가 되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아직 입학하고 3월도 채 안 지나서 아이는 혼자 등하교를 하고 싶다고 매번 말한다.

아직 적응기간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더 커서는 나와보지도 못할 것 같은데, 등등 여러 이유로 나는 아직도 아침마다 나온다.

너무 빨리 크는 걸까, 이미 커버린 건데 내가 몰랐던 걸까.

워킹맘이라면 당연히 스스로 등하교를 해야 하지만, 난 아직 주고 싶은 관심이 많은데:)

이 관심도 집에서만 가능할듯하다. 그것도 이번 주까지가 마지노선일 듯...

모든 어린이가 진심으로 건강하고 오늘도 즐겁기를 바라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