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의 시각이 보이시나요.

자정 12시를 넘긴 시각. 새벽.

아직 잠들지 않고 있는 첫째 아이.

낮잠을 잤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하네 싶었어요.

어느 정도 포기하고 정리 좀 해야겠다 싶어서 제 할 일을 하고 있던 참이었죠.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매우 조용한 시간대이므로 쥐 죽은 듯 서로 각자의 책을 보고 있었어요.

어느새 새벽 1시도 넘어서 자러 들어가 볼까 하던 참에 아이가 보던 책을 저에게 건네며 어디서 봤던 그림이라며 보여주더라고요.

 

 

<심쿵> 어떻게든 갑니다! 구구택배 by 아람

 

<딸기풀이 수학동화> 미술관에 수학이? by 여원미디어

 

 

구구 택배라는 책을 보다가 네 개의 문이 나오는 페이지에서 네개의 그림이 나와요.

주세페 아르침볼도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물론 저도 이 책을 아이와 같이 본 기억이 많아서 당연히 알고 있었죠.

 

그러다 잠시 후 꺼내온 책에는 다른 책에서 같은 그림이 나오는 페이지를 짜잔! 하고 펼치더라고요.

세상에나.

마찬가지로 아이뿐 아니라 저도 이 책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으니까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사계 그림은 잊을 수 없을 듯해요.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볼 때에 글자 위주로 읽어나가는 저와는 다르게 아이는 전체를 보며 빠짐없이 눈에 담고 있었더라고요.

글자가 전부가 아닌 게 분명하고, 아이는 이토록 성장 중인데 나는 여태 쓸모없는 잔소리를 했었구나 싶었어요.

 

 

결국 이 날도 새벽에 결국 제가 먼저 잠자리에 들었지만, 화가 나진 않았어요.

(아이가 더 늦게 잠들어서 도대체 몇 시에 잠들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아침엔 저보다 일찍 기상했고요.

 

 

어느 순간 아이도 글자책을 더 많이 읽어나갈 테고,

그림을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을 수 있을 때 이렇게 두는 게 맞다는 생각이 너무 강렬하게 든 날이었어요.

그럼 커피 수혈하며 오늘도 정신 붙들고 육아하며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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