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증 : 전신적인 피로감과 집중력의 저하로 인해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 부진한 상태.
지난주 목, 금요일부터 스멀스멀 찾아오던 녀석이 주말 내내 나를 덮쳤다.
무기력증. 말그대로 기력이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배란통인지 생리통인지
날씨탓인지 춘곤증인지
고질병인 허리통증인지
n년차 쉼 없이 쌓여온 누적피로 덕분인지
핑계야 댈 건 많았다.
그래도 살아보려고 생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주 1회 하는 토요일 오전 운동에 다녀오고 나서 나는 그것으로 주말 외출을 마무리지었다.
나는 한다면 하고, 아니라면 아닌 호불호 강한 성격 탓에 이제 남편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라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꽃놀이를 가지 않겠다고 하니 아이들과 나가서 사진을 보내왔다.
명목은 광장에 비둘기 밥을 주러 가겠다고 나섰지만, 역시나 막내 덕분에 그것조차 쉽지 않았겠지;;;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막내를 두고 첫째와 둘째만 데리고 나갔을 텐데, 내 상태가 시원치 않았나 보다.
호기롭게 나갔으나 여전히 돌아올 땐 투덜투덜...
우리 막내 덕분에 비둘기 밥도 못주고,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어쩌고 저쩌고 돌아왔다는 둥.
그럼 난 n년차 부불노동에 내 존재감은 어디서 찾냐며 한마디 하려 했지만, 잘 참았다.
그저 주말 동안에 한 거라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카레와 된장찌개, 구운 계란을 한가득 해놓고 내내 뻗었다.
매주 주말 남편이 거의 하는 거처럼 나도 침대와 거의 한 몸이 되어서 눈이 빠질 때까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정 안 되겠다 싶을 때엔 아이 마스크를 하고 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스마트폰... 반복했다.
우리 막내는 기관 생활 경험도 없는데, 포즈 학원을 다니는 것 마냥 어떻게 저런 자세가 나오는 것일까...
봐도 봐도 신기한 사진이다.
내 평생 간직할 순간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8살.
집에서 지지고 볶는 둘째와 셋째.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가정 보육하는 것일까.
이렇다고 코로나를 피해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나도 참 똥고집이다.
그런 그렇고 크록스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여름 = 크록스 라이트라이드)
(겨울 = 털 달린 크록스)
매년 사도 돌아오는 계절에는 발은 항상 커져있다.
아니 매년이 아니지.
여름, 겨울 1년에 두 번씩 구입한다.
나를 닮아 계절이 빠르게 바뀌는 벌써 반팔 입은 첫째.
남편을 닮아 여름에도 긴팔 가능한 먹어도 얇은 부러운 둘째.
언니 옷만 좋아 보이고, 골라 입는 커다란 티셔츠 입은 막내.
이렇게 아이들과 사진 몇 장 건져온 남편은 근처 전통시장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간장게장을 2만 원어치 사 왔다.
금요일만 해도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어서 하루 종일 단백질 쉐이크 하나를 마시고 생활했었는데...
이렇게 쉽게 입맛이 돌아오는구나:)
제철이 아닌 것 치고도 간장게장은 항상 맛이 있다.
남편이 출근한 월요일 아침 본격적으로 밥공기에 밥을 산처럼 소복이 퍼서 간장게장과 빠르게 먹었다.
어차피 얘는 밥도둑이니까, 밥 두 번 푸러 가기 귀찮아서 가득 담아보았다.
같이 집에 있는 아이들(둘째와 셋째)이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마치 100m 달리기 하는 것처럼 먹어댔다.
집나갔던 입맛이 돌아오고, 나의 정신도 함께 돌아왔다.
(간장게장을 밖에서 우아하게 먹는 건 나로서 불가능이다.)
'8년째 초보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학교 1학년 수학익힘책 (숙제 - 부모님 사인받아오기) (0) | 2022.04.14 |
---|---|
나는 코로나와 마주하길 기다리는 것인가, 격리가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일까 (0) | 2022.04.13 |
초등 미술활동 - 토이 디자인 (0) | 2022.04.11 |
초등 미술활동 - 모네의 수련 (0) | 2022.04.11 |
초등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0) | 2022.04.01 |